UX현직자 인터뷰 ep.6 – 스푼랩스 양사랑 UX리서처님

유저스푼

2025. 3. 27.

유저스푼의 찾아가는 UX현직자 인터뷰, 유.터.뷰

안녕하세요,
유저스푼의 찾아가는 UX 현직자 인터뷰, 유. 터. 뷰에서 여섯 번째로 모실 분은 스푼랩스의 글로벌 UX리서처 양사랑 님이십니다.

사랑 님께서는 미국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시고 캐나다, 미국, 중국, 한국 등 세계 다양한 문화권을 경험하신 글로벌 인재이십니다. 👍
뉴욕에서 UX리서처로 커리어를 시작, 현재 스푼랩스에서 근무하시며 비글루의 글로벌 UX리서치를 담당하고 계세요.이번 유.터.뷰에서는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UX리서처로 활동하고 계시는 사랑 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자기소개

Q. 안녕하세요 사랑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스푼랩스에서 Global UX Researcher로 활동하고 있는 양사랑이라고 합니다.

[ UX리서처 양사랑 님 ]

학창 시절

Q.문화인류학을 전공하시기로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를 느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A.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뼛속까지 문과라 어렸을 때부터 역사, 문화,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인문학 중에서 제일 멋져 보이는 전공이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제일 멋져 보였거든요.

1학년 첫 전공 수업부터 ‘인종이란 개념은 생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이 분야를 계속 공부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생각의 틀을 깰 수 있을 거 같아 택하게 됐습니다. ‘인종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조금 풀어 설명하면, 인종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에 우리의 생활양식 등이 차이 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정치, 사상, 역사, 등의 영향으로 차이가 파생된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호기심 많은 성격 덕분에 여러모로 쉽지 않은 전공이었지요.


Q. 문화인류학적 연구 방식이 UX 리서치와 맞닿아 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UX 리서처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나 터닝포인트가 있었나요?

A. 사실 학부 때 UX 라는 분야가 존재하는지도 몰랐어요. 졸업하고 다닌 회사에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알게 된 분야인데 생각보다 제 전공을 너무나 잘 살릴 수 있고 특히 미국에서는 인류학 전공으로 제일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무더라고요. 그리고 미국에서는 워킹비자를 받을 때 직무와 전공을 연계시켜야 하므로 비시민권자 인문학도로써 이 모든 것을 성립하는 직무를 찾은 게 거의 로또를 맞은 것과 같았습니다.

제가 UXR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문화인류학의 핵심인 참여 관찰(participant observation)과 다각적 분석을 포함하면서도, 과정 자체가 결과인 인류학과 달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배우고,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UXR이라는 직무를 찾았을 때 저에게 맞는 옷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Q.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공부하셨더라고요. 여러 문화권에서 생활하신 경험이 사용자 리서치를 할 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저는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10대를 한국에서 보냈어요. 대학은 미국에서 다니게 되어 어렸을 때부터 여러 문화가 융합된 아이덴티티로 살았어요. 아주 어릴 때는 독일 할머니 부부가 돌봐주어서 독일 음식과 문화에도 익숙하고요. 학부 시절에는 중국으로 교환학생도 다녀왔네요(웃음). 그래서 코어(core) 아이덴티티는 한국인이지만 여러 문화가 융합된 cultural melting pot이라고 할까요? 저 같은 아이들을 third culture kids라고 한대요.

UX 리서치를 하다 보면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인종들을 접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어릴 때부터 습득한 열린 생각과 사고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업무 / 협업

Q. 사랑 님께서 생각하시는 UX 리서처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실무에서 특히 강조하는 스킬(예: 인터뷰, 데이터 분석, 커뮤니케이션 등)이 있을까요?

A. 저는 문제 해결 능력이 UX 리서처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잘 수집하거나 인터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리서치의 목적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실무에서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이 리서치를 어떻게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느냐?’, 다시 말해 UX 리서치라는 제품을 내가 다니는 회사에 설득력 있게 ‘판매’하는 역량이라고 봐요.리서치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이해관계자들이 읽지 않고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보고서 형태보다, 리서치 결과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 어떻게 전달하면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될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합니다.

즉, UX 리서처는 단지 사용자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인사이트를 조직 내 문제 해결과 실행으로 연결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보면, 리서치 역량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전략, 설득력, 그리고 실질적인 실행력까지 포함한 문제 해결 능력이야말로 UX 리서처의 핵심 역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뉴욕과 한국에서 일하면서 겪은 도전적인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A. B2B 산업에서 리크루팅을 진행할 때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많았어요. B2B 산업에서는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 사용하는 사람, 유지·관리하는 사람이 모두 다른 경우가 많거든요.

뉴욕에서 진행했던 스마트 공기청정기 관련 리서치의 경우, 실제로 사용하는 건 일반 직원들이지만, 관리 권한은 건물 관리자나 계약 담당자에게 있었고, 이 사용자군은 링크드인 같은 채널도 잘 사용하지 않아서 패널을 직접 구축해야 했습니다.

결국에는 회사에 파견되었던 고문(advisor)을 통해 담당자를 수소문하고, 직접 연락해 가며 약 30명의 패널을 확보했던 기억이 있어요. 쉽지는 않았지만, 정말 의미 있는 사용자들을 찾았을 때 느끼는 쾌감이 컸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한국에서 비글루(제가 담당하는 서비스 명)의 미국 헤비유저를 찾는 리서치를 했던 경험이 있어요. 타겟 유저 수 자체가 워낙 적었고, 니즈도 분산되어 있어서 리서치에 적합한 유저를 찾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죠.

제가 보기엔 이건 한국이나 미국을 떠나서, 전 세계 UX 리서처들이 공통으로 어려워하는 지점이 ‘정확한 타겟 유저 리크루팅’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그 퍼즐이 딱 맞았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도 크고, 제대로 된 사용자와 만나게 되면 정말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보람 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 UX리서처 양사랑 님 ]

Q.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협업하며 겪은 어려움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했나요?

A. 네, 기억에 남는 사례가 하나 있어요. 조직 내 리더십이 바뀌면서,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불필요한 UX 리서치를 진행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 리서치가 아무런 의사결정에도 쓰이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그 이후로 조직 안에서 UX 리서치에 대한 신뢰가 크게 하락했고, 심지어 리서치 예산까지 줄어드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상황을 회복하기 위해 제가 집중한 건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었어요.

적은 예산안에서도 최대한 효과적인 리서치를 설계하고, 인사이트가 명확한 결과물을 도출하려고 했고, 마침 제품이 완전히 피봇되는 중요한 국면에서 시장 검증을 위한 리서치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 프로젝트에서 리서치가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협업 관계자들이 “이거 진짜 도움 된다”라고 느끼는 계기가 생겼어요. 그 후로 조직 내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전환되었고, 프로세스, 템플릿, 툴 등에 대한 니즈까지 자발적으로 생기면서 리서치에 대한 신뢰가 다시 쌓이기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제일 가까이 있는 협력자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먼저 도와주는 자세’였어요.

협업 파트너들의 페인포인트를 먼저 파악하고, 리서치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선제안하려고 했고, 항상 over-communication, 즉 상대가 충분히 이해하고 믿을 수 있을 만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고, 명확하게 하는 것을 신경 썼습니다.

결국 신뢰는 말로 얻는 게 아니라, 작은 성공 경험 하나가 전환점이 되는 것 같아요.
그 경험 이후로는 리서치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고, 팀 내 사기도 함께 높아졌던 기억이 납니다.


글로벌 경험 및 조언

Q. 뉴욕과 한국에서 UX 리서처로 일하면서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기업 문화, 리서치 접근 방식, 조직 내 리서처의 역할 등에 차이가 있었나요?

A. 가장 큰 차이는 시장 자체의 성숙도와 업계 내에서 UX 리서치가 자리 잡은 정도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UX’라는 개념 자체가 미국에서, 특히 도널드 노만을 통해 시작된 만큼, 미국에서는 UX에 대한 이해와 리서치 활동이 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고, 그만큼 논의할 수 있는 환경도 훨씬 많았어요.

미국에서는 UX 리서치 자체가 조직 내에서 하나의 전략적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고, 리서처가 PM, 디자이너, 엔지니어와 대등한 파트너로서 협업하는 문화가 더 뚜렷했어요. 리서치의 목적이 단순한 검증이나 확인을 넘어서,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걸쳐 작동하는 때도 많았고요.

결국 가장 큰 차이는 단순히 문화의 차이라기보다는, UX 리서치라는 분야가 시장 내에서 쌓아온 시간과 경험,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생태계의 깊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글로벌 환경에서 UX 리서처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영어뿐만 아니라, 문화적 감각이나 협업 방식 등에 대한 조언이 있을까요? 

A.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커뮤니케이션 역량이에요. 글로벌 환경에서는 ‘잘 말하는 것’보다 ‘명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하되,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글로벌 팀에서는 각자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저희 팀에도 영어 외에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저는 항상 번역이 가능한 언어로 말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은어나 약어, 지나치게 지역적인 표현은 피하고, 직관적이고 맥락이 분명한 표현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리서치 결과의 맥락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에요. 특히 영어로 리서치 결과를 공유할 때, 단순히 사용자의 말을 옮기는 것을 넘어서, 그 배경이 되는 정치·사회·지리·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한국 사용자의 인터뷰 내용을 미국팀에 전달할 때, 그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어떤 문화적 배경이나 사회적 맥락이 영향을 미쳤는지, 같이 설명해 줘야 그 인사이트가 온전히 전달되거든요.

결국, 글로벌 UX 리서처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명확하게 소통하는 능력’, 그리고 ‘맥락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는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 UX리서처 양사랑 님 ]


Q. 미국에서 UX리서처로 취업하고 싶은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A.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네트워킹의 중요성이에요. 저는 다행히도 이전 직장에서 불가리아 출신의 멘토, 마리아라는 분을 만났고, 그분이 저를 좋게 봐주시면서 회사에서 비자 스폰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경우에요.그 경험을 통해 정말 느낀 건,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믿고 한 번 밀어주는 순간이 중요하구나” 하는 점이었어요.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비자 프로세스에 대한 준비예요. 미국 회사가 모든 걸 다 해주리라는 기대보다는, 내가 비자 프로세스를 정확히 알고 있고, 회사의 행정 부담을 최대한 줄여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센스(?) 있는 사회생활, 눈치, 어른 공경 같은 것들이 의외로 미국에서도 좋은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나이 많은 상사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한국식 ‘눈치’는 오히려 글로벌 팀에서 커뮤니케이션할 때 유연함으로 작용하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꼭 미국 현지 기업만을 바라볼 필요는 없어요.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을 통해 현지로 진입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 루트를 통해 커리어를 확장해 나가는 것도 충분히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마치며

Q. UX 리서처로서 앞으로의 목표나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요?

A. 제 아이덴티티를 UX 리서처라는 타이틀 안에만 국한하고 싶지는 않아요.

UX 리서치의 핵심은 결국 ‘고객 중심 사고’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관점은 디지털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간, 사업 기획, 브랜드 경험, 업계 전반 등 여러 분야에서도 굉장히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앞으로는 이 고객 중심 사고를 기반으로, UX 리서치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오프라인 공간 기획이나 서비스 운영 전략 같은 분야에서도 리서처의 시각이 충분히 가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말 있으시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A. 사실 저는 평소에 인터뷰를 진행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답변자로 참여해 보니까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굉장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UX 리서치라는 일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면, 이번 인터뷰도 저에게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좋은 질문 덕분에 평소에는 꺼내보지 않았던 생각들을 꺼내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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