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현직자 인터뷰 ep.4 – 삼쩜삼 안치은 UX리서처님
유저스푼
2025. 2. 21.
유저스푼의 찾아가는 UX현직자 인터뷰, 유.터.뷰
안녕하세요,
유저스푼의 찾아가는 UX 현직자 인터뷰, 유. 터. 뷰에서 네 번째로 모실 분은 삼쩜삼의 UX리서처이신 안치은 님이십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사내 1인 UX리서처로서 치은님의 실무 경험과 UX취업 준비에 대한 조언을 들어볼 예정이에요!
자기소개
Q 안녕하세요 치은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산업디자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산업에 나와 UX 리서치를 하고 있는 안치은입니다. AI 슬립테크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집 꾸미기와 인테리어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유니콘 스타트업을 거쳐, 지금은 간편한 세금 신고 도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UX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 삼쩜삼 UX리서처 안치은 님 ]
학창시절
유년/청소년기
독일과 인도에서 합해서 약 10년을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
Q. 한국과 다른 두 나라들의 문화들이 치은님의 어린시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해요. 두 나라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치은님이 UX리서처가 되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어린 시절 독일과 인도에서 국제 학교를 다니며,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문화에 대해 듣고 배우는 과정을 좋아하게 되었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삶의 어느 부분에 가치를 두는지, 그리고 타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일이 흥미롭더라고요. 그러한 관심이 계기가 되어 UX 리서처라는 커리어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유저 관련 데이터를 모아 재조합하고,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과정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답니다.
Q. 학부를 마치시고 석사를 또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학부 과정에서는 UX를 비롯해 영상 편집, 코딩, 제품·서비스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얕고 넓게 배웠어요. 하지만 UX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와 연구자의 태도, 그리고 심층적인 UX 방법론에 대해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석사 과정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Q. 대학원에선 어떤 연구를 주로 하셨나요?
A.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거나, 인터랙티브 미디어 전시와 관련된 디자인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개인 졸업 연구로는 고양이 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와 고양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탐구했죠. 당시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ACI(Animal-Computer Interaction), 그리고 HAI(Human-Animal Interaction) 분야 논문들을 재미있게 읽었었고,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서 해당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 치은님의 프로젝트 : MeowPlayLive ]
구체적으로는 고양이가 나오는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음성 메시지를 보내 라이브 스트리밍 속 고양이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MeowPlayLive’라는 라이브 방송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시청자와 방송에 등장하는 고양이가 원격으로 함께 게임에 참여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거죠. 실험을 통해 시청자 참여도 증가, 흥미도 향상, 그리고 스트리머와 고양이 간의 관계 강화 등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2022년 DIS (Designing Interactive Systems)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논문을 참고해 주세요.
학회 논문 (영문) 바로가기 (링크)
Q. 대학원 과정이 실무에 도움이 되었다면 어떤 상황에서 도움이 되었나요?
A. 대학원 과정에서는 학부 과정보다 훨씬 더 심도 있게 UX 및 연구 방법론을 다루게 되었던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주장을 펼치는 법, 상황에 적절한 방법론을 선택하는 법, 그리고 체계적으로 UX 연구를 수행하는 방법을 익히게 됐고, 실제로 이런 스킬들이 실무에서도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자료를 정리해 이해관계자에게 인사이트 기반으로 서비스 개선 방향을 제시할 때나, 이해관계자의 요구나 기대를 듣고 어떤 리서치를 수행할지 빠르게 결정해야 할 때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편향(bias)을 최소화하고, 객관적으로 수집한 유저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리서치를 설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물론 석사 진학이 필수는 아니지만, UX 리서치 실무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에는 분명 일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커리어
Q. 현 직장에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혹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처음 UX 리서처로 합류했을 때, 저의 가장 큰 미션 중 하나는 팀이 더욱 유저 친화적(user friendly)이고 유저 니즈와 잘 맞는 기능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도록 유저의 목소리를 더 자주, 더 많이, 그리고 더 효과적으로 들을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일이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자체 리서치 패널 풀을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었죠. 좀 더 빠르게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 리서치에 적극 참여할 의향이 있는 유저들을 모으고 주기적으로 리서치 참여 기회를 알리는 작업을 했어요.
먼저, 자체 리서치 패널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내부 공감대부터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해관계자 분들과 논의하면서 현재 프로세스의 불편함을 확인했어요. 이후엔 기존 고객 피드백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빠르게 의견을 수집하는지 사례 조사를 해나가면서 방향성을 조금씩 잡았습니다.
리서치 패널 구축은 여러 팀과의 협업이 필수적이었어요. 법무/보안팀과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검토했고, BX 디자이너와 함께 리서치 패널 등록 페이지를 제작했고, 프로덕트 팀 및 CX팀과는 기존 고객 인터뷰 참여자 모집 방식 및 내부 프로세스를 점검했어요. 그 결과, 약 한 달 반 정도만에 리서치 패널을 구축할 수 있었고, 덕분에 고객 피드백 수집 속도가 빨라지고, 보다 직접적인 인사이트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어요.
지금은 리서치 패널 가입 유저들이 어느 정도 모여서, 이분들을 대상으로 한 UT 횟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실제 기획 논의에서도 UT 결과에서 나온 유저 인사이트가 점점 더 자주 언급되고 있어요. 여러 팀과 협업하며 UX 리서치 운영 방안을 처음부터 고민해본 경험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Q. 리서처로서 리서치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저는 크게 두 가지 상황에서 리서치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첫째는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고, 둘째는 신사업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때 (즉, 미지의 분야를 개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문제 해결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고객으로부터 부정적인 VOC가 꾸준히 들어오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특정 플로우에서 이탈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 역시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신호라고 볼 수 있죠. 특히 회사의 매출이나 사업적으로 중요한 화면에서 이탈이 발생한다면, 리서치를 통해 그 원인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신사업 준비나 사업 확장을 추진할 때입니다. 아이템이 정해져 있다면, 그 아이템이 실제로 유저에게 필요한 것인지 가설을 확인해 보아야 하고요. 아직 아이템 자체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유저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최신 트렌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기존에 다른 서비스들이 풀고 있지 않는 유저 문제는 무엇이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찾기 위해 리서치를 수행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유저 행동에 변화가 감지되거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때 리서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리서처에게 꼭 필요한/가장 중요한 스킬 딱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A.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UX 리서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탁월한 소통 능력이에요. UX 리서처가 조직 내에서 유저의 목소리를 전파하고, 더 사용자 중심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려면, 리서치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빠르고 적재적소에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인사이트가 회사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Q. 10년 뒤 치은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A. UX 리서치를 하다보면 종종 이해관계자들과 “우리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를 자주 논의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품 전략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단순히 UX 설계만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고객 경험을 전략적으로 구축하는 일이 참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UX 전략과 제품 전략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먼 미래에는 어떤 기업의 CPO가 되어 제품의 방향성과 전략을 이끄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어요.
취업준비
Q. 둘 중 하나만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한다면 과정이 깊고 논리적이었지만 성과는 좋지 않은 프로젝트VS과정의 깊이는 부족하지만 성과가 좋은 프로젝트 중 어떤 것이 좋을까요?
A. 결국 얼마나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깊이 있는 과정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옳은 결정 (즉, 고객과 회사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리는 데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 하나를 어쩔 수 없이 꼭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과정의 깊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성과가 좋은 프로젝트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어요. 단, 왜 성과가 좋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필요할 것 같아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리서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A. 첫 오프라인 해외 유저 리서치 사례였던 인도네시아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인도네시아 팀원들과 함께 오프라인 홈 비짓(home visit)을 통해, 현지 분들의 주거 환경과 이사 과정, 그리고 인테리어 제품 구매 여정을 깊이 파악해볼 수 있었죠.

[ 인도네시아 거주지 ]
인도네시아는 집 꾸미기에 있어 한국과 다른 점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인도네시아는 집 구조가 정말 다양하다는 거였어요.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집 내부 구조 자체를 시공해서 자유롭게 바꾸고 맞춤 가구를 제작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흔했어요. 이렇게 문화권이 다른 분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과정이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Q. 취준생으로서 실무 프로젝트보다 학부 수업 프로젝트, 사이드프로젝트가 주를 이루는데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포트폴리오 차별성을 어떻게 보여줘야할지 고민) 궁금합니다.
A. 프로젝트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달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이 무엇인지, 프로젝트에서 알아보고자 하는 리서치 질문이 무엇인지, 실제로 어떻게 리서치를 진행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파인딩)를 얻었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어서 그 파인딩을 통해 어떤 가이드라인이나 제안 사항을 도출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이 가이드라인이나 제안을 가상의 서비스나 프로덕트에 반영했을 때 어떤 긍정적인 지표 변화가 예상되는지까지 담아낸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포트폴리오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현재 UX리서처로 취업을 원하는 취준생에게 한마디 한다면?
A. UX 리서처에게는 UX 방법론에 대한 깊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 하더라구요. PM, 데이터 분석, 경영진 등 UX 리서처가 아닌 이해관계자들이 쓰는 언어와 업무 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유저 인사이트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해, 이해관계자들이 쉽게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수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선 UX 방법론만 공부하기보다 PM 관련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데이터 문해력(data literacy)을 키우거나, 협업에 대한 책을 읽는 등 타 직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맺음말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A. 우선 최근에 읽은 책들 중 도움이 됐던 두 권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는 Teresa Torres의 <Continuous Discovery Habits>예요.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UX 리서처로 일하면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니즈와 페인포인트를 서비스나 제품 기획에 녹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두 번째는 Tom Greever의 <Articulating Design Decisions>예요. 이 책은 디자이너를 위한 내용이지만, UX 리서치 측면에서도 리서치 결과물을 어떻게 잘 전파하고 전달할지, 그리고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데 도움이 됐어요.
UX 리서치나 리서치 오퍼레이션(Research Ops), 혹은 기타 UX 관련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UX 리서처를 준비하시는 분들, 그리고 현업에 계신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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