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현직자 인터뷰 ep.7 쏘카 PM 전이준님(2/2)
2부. 신뢰 자산과 북극성, PM이라는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
2025. 5. 29.
1부에서는 전이준 PM님이 유저 리서치를 직접 수행하는 PM으로서의 고민과 실천을 공유해주셨다면,
2부에서는 이준님의 직무 철학과 PM의 입장에서 보는 리서처를 더 깊이 들여다봅니다.
특히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문제 정의가 업인 PM에게 있어 “지금 해결해야할 문제로 정의할 수 있는가?”라는 말씀이 인상깊었어요. 문제가 실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비즈니스상의 적시성을 고려하는 것은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리서처에게 아주 중요한 역량이라고 여겨졌습니다.
Q. PM 입장에서, 리서처가 종종 잘 몰라서 아쉬웠던 ‘PM의 사고방식’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음… 이건 조금 어려운 질문이네요. 쏘카는 비교적 PM의 판단을 존중해주는 분위기예요. 근거 없이 뭘 하기는 어려운 문화라서, “왜 이걸 해야 하냐”에 대한 설명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죠.
근데 제일 어려운 건 비즈니스 임팩트와 고객 경험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때예요.
고객 경험이 분명히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조직 전체 관점에선 그게 밀릴 수도 있으니까요.
PM이라 하더라도 전사적인 목표와 리소스를 다 고려해야 하니까… 참 복잡하죠.
Q. 사용자 VOC가 있어도 개발 리소스를 바로 쓸 수 없다는 맥락이군요.
맞아요. 어떤 피드백이 있어도 결국 리소스는 유한하니까요.
“이걸 왜 안 했냐?”가 아니라, “이걸 지금 해야 할 문제로 정의할 수 있느냐?”가 더 정확한 질문이죠.
그리고 UX 리서처가 좋은 인사이트를 발견해도, 그걸 실행 가능한 문제로 바꾸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정량적 설명력도 있어야 하고, 조직 상황도 맞아야 하고…
그래서 전 리서치 인사이트가 ‘실행 가능한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만약 리서처가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구조까지 이해한다면 PM 입장에선 훨씬 좋겠네요.
그쵸. 그럼 의사결정이 훨씬 쉬워질 거예요.
예를 들어 어떤 기능이 UX만 개선한 게 아니라 실제로 수익에도 영향을 줬다면,
“이걸 왜 해야 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관점이 하나 더 생기잖아요.
그래서 전 리서처가 사용자의 맥락뿐만 아니라, 비즈니스까지 같이 볼 수 있다면
진짜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돈을 벌자’보다는 ‘좋은 사용자 경험’, ‘브랜드에 대한 호감’ 같은 정성적인 지표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맞아요.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에요.
저도 고객 경험을 위해 개선을 주장하면서도 속으로 “그래서 뭐가 좋아지지?”라고 스스로 묻게 되거든요.
결국 사용자 만족이 브랜드에 좋다는 건 다 아는데,
그게 지금 이 기능, 이 개선으로 어떻게 이어질지를 정확히 말하는 건 너무 어렵죠.
그게 PM의 고민인 것 같아요.
Q. 그럼 이번엔 PM으로서의 커리어와 제품 철학 이야기를 해볼게요. PM으로서 제품 문제를 풀 때 가장 몰입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전 생각을 유도하는 문제, 즉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에 더 몰입돼요.
A냐 B냐가 아니라 “이게 맞나?”, “이런 시도는 어때?” 같은 걸 고민할 수 있는 문제들요.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 가설을 세우고 → 실행해보고 → 검증하는,
이 사이클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복잡한 문제일수록 더 몰입돼요.
시간을 들이면 언젠가는 풀릴 거란 믿음도 있고요
Q.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는 걸 선호하시는 편인가요?
사실… 완전히 새로운 해답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다 어디선가 본 것이고, 영향을 받은 거죠.
그래서 저는 하나의 정답보다는 여러 해답을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나오는 힌트들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힌트는 리서처에게서 나올 수도 있고, 개발자나 디자이너에게서 나올 수도 있고요.
그걸 모아서 지금 상황에 가장 적합한 걸 팀이랑 같이 결정해가는 과정이 전 좋더라고요.
그럴 때 “아, 지금 내가 PM답게 일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요.
Q. 그렇게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생긴 본인만의 팁이 있다면요?
혼자선 절대 안 되는 일이에요.
결국 구성원들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근데 그게 쉽진 않죠. 누가 내 영역을 건드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요.
그래도 그런 순간에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라고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려고 해요.
그렇게 대화를 시작하고, 시간을 조금 들여서라도 말이 오가는 구조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신뢰 자산’이 쌓이더라고요.
그게 쌓이면 의사결정도 더 풍부해지고, 결과도 좋아져요.
Q. 그 ‘신뢰 자산’은 팀 안에서 어떻게 쌓아가시나요?
저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의미 있다”는 걸 함께 확인하는 게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스프린트 회고 때, “우리가 이 기능을 개발했고, 그 결과 어떤 지표가 어떻게 바뀌었다”는 식으로
작게라도 계속 공유하려고 해요.
그러면 동료들도 “아, 이게 그냥 시켜서 한 일이 아니구나”,
“우리가 진짜 무언가를 바꿔가고 있구나”라는 걸 같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신뢰 자산이 축적되는 순간 같아요.
Q. 개발자와의 협업에선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전파하세요?
스프린트 회고 문서에서 많이 해요.
이번 스프린트에서 뭘 만들었고, 목표가 뭐였고, 지표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적어요.
물론 그게 바로 비즈니스 임팩트로 이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여 관점에서 연결을 시도하는 거죠.
개발자분들도 그런 걸 되게 좋아하세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만큼 저도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 해결했을 때 어떤 임팩트가 있는지”까지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Q. 이준님께서는 마케터, 컨설팅 커리어를 거쳐 지금은 PM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PM으로 직무를 전환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두 가지 이유였어요.
하나는 언젠가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죠. 그걸 위해선 PM이나 PO라는 역할이 제일 가까워 보였어요. 그래서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두 번째는 사이드 프로젝트 할 때, 자연스럽게 리드하는 포지션을 맡게 되더라고요.
사람들과 무언가 만들고 조율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근데 요즘엔 그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요 PM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일이 많거든요.
그 안에서 버티려면 단단한 이유가 필요하죠
Q. 그럼 어떤 사람이 PM이 되면 좋을까요?
뚜렷한 열망이 있는 사람.
그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든, ‘내가 만들고 싶은 게 있다’든, 자기만의 북극성이 있는 사람이요. 그게 있어야 이 직무를 계속 붙들고 갈 수 있어요.
Q. 마지막으로 PM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저는 늘 되묻는 편이에요. “왜 PM이 되고 싶은가요?”
사람들과 일하는 게 즐겁고, 뭔가 만드는 게 좋다는 건 이해해요.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근데 그건 좋은 순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예요.
PM은 조율하고,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설득하고, 책임지는 사람이에요. JD에 쓰인 문장 하나하나가 다 단순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이 고통의 순간들을 감안하더라도, 내가 반드시 만들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PM은 문제를 정의하고 끝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건, 나만의 북극성이다.”
전이준 PM님과의 대화를 통해,
PM이라는 직무가 단지 기획을 넘어서
사람과 문제, 실행과 맥락을 함께 엮어내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